낮은 수가 ‘노사전쟁’, 연령제한 ‘안갯속’

가족 허용 청와대 민원·성명서 정부 압박



 만 65세 장애인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선택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DB   

  만 65세 장애인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선택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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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결산]-⑦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일곱 번째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흘렀다. 활동지원은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의 가사활동, 신변처리, 이동보조 등을 돕는 제도로, 연간 7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제도로 장애인의 자립 생활은 물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골칫거리’ 삼총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는 사회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행동 결의대회 모습.ⓒ에이블뉴스DB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는 사회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행동 결의대회 모습.ⓒ에이블뉴스DB
■낮은 수가 둘러싼 ‘노사전쟁’=내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가는 1만760원. 25%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활동보조인이 받는 시간당 임금은 약 8070원 정도다. 최저임금 7530원과 단 500원 차이에 불과하다.

아동수당 등 여야의 격돌로 인해 국회에서 한 푼도 증액되지 못 한 채 정부안 그대로 확정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올해 9240원보다 1520원 인상됐다고는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휴일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올 초부터 일부 활동지원기관이 줄줄이 낮은 수가로 인해 활동지원 사업을 포기하거나, 임금 체불로 인한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법정수당을 주기 힘들다’는 합의서 서명까지 암암리 진행되고 있으며, 고소고발로 인해 올해 부산지역 활동지원기관들이 여럿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노사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제도 이용자인 중증장애인이다. 당장 활동보조 수급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막막함과 불안감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복지부 측은 ‘제공기관과 인력간의 계약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수가 현실화 부분이지만, 이미 1만760원으로 확정된 이상, 1년간은 기댈 곳은 없다. 추경반영도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내년에도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측은 이 같은 노사갈등 부분을 계속적으로 짚고, 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소고발도 이어갈 계획이다. 복지부가 뒷짐을 풀지 않으면, 수가를 둘러싼 ‘수가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활동지원 연령 제한 폐지 내용이 담긴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조속히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활동지원 연령 제한 폐지 내용이 담긴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조속히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
■‘마의 65세’ 활동지원 선택권 안갯속=만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장애계에서는 이를 두고 ‘마의 65세’라고 칭한다.

현재 활동지원 자격은 만 6세부터 만 65세 까지로, 이후에는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된다.

하루 12시간 받던 서비스도 4시간 정도로 대폭 줄어 그저 ‘사망선고’와 다름없다. 이에 장애계에서도 여러 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문제제기하며 공론화 시켰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주시하며,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활동지원법 개정안을 줄줄이 발의했지만 끝내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정의당 윤소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상임위 논의 등 진척 없이 계류 중이다.

계류 이유는 복지부의 반대가 크다. 복지부는 여전히 장기요양과 활동지원간 선택권 문제를 열어두지 않는다. 에이블뉴스가 지난 6월 취재했을 때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수용’했다.

급여시간에서의 차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활동지원으로 편중될 가능성이 높고 양 제도의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 65세, 노인이라는 이유로 자립생활의 주체에서 요양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복지부가 평소 강조하는 맞춤형, 수요자중심 정책이라 보기도 힘들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자 평등권 침해로도 볼 수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도 만 65세 연령 제한 문제를 두고 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개 속에 갇힌 연령제한 문제, 정부와 국회, 헌재. 누가 먼저 응답할 것인가?

활동보조 가족 허용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됐다.ⓒ홈페이지 캡쳐  

  활동보조 가족 허용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됐다.ⓒ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청원‧성명 ‘가족 활동보조’ 압박=장애가 너무 심해 활동보조인 매칭이 힘든 최중증장애인을 위한 대안,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이는 몇 년 전부터 장애계 안에서 논란거리로 떠오른지 오래다.

현행 활동지원법령에서는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제한하되,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 천재지변, 수급자가 감염병 환자인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활동지원급여 월 한도액의 50%를 감산 적용한다. 실제 이용자는 올해 6월 기준 92명.

에이블뉴스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받아 지난 몇 년 간 매칭이 힘든 최중증장애인을 한정해 '제한적'으로나마 가족 활동보조를 허용하자고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와상장애인 등은 케어의 강도가 높아 매칭이 되지 않고, 발달장애인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있어도 부모의 손을 탈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활동보조인이 그만두게 되면 오롯이 가족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에 복지부도 지난 2015년 제도개선자문단 회의를 통해 일부 매칭이 힘든 장애인에 대해 가족 활동보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침을 세워 시범사업을 검토했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잠정 보류된 상태다.

하지만 ‘가족 활동보조 허용’을 요청하는 민원은 들끓고 있으며,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한 달간 진행된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수만 7040명에 달한다.

또한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장애인단체 최초로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가족 활동보조 허용 반대 의견에 대한 분노와 함께 복지부에 허용을 압박하기도 했다. 복지부 측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며 가족 활동보조 허용을 유심히 검토 중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자체가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제한적으로나마 당사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의 선택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출처: 에이블뉴스